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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정말 필요한가요?

by mongsiri84 2025. 6. 27.

 교과 재해석 시리즈 2편

"어차피 계산은 AI가 해줄 텐데, 수학 공부는 왜 해야 해요?"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던지는 이 질문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대한 정직한 반응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수학을 어떻게 오해하고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이제는 수학, 정말 필요한가요? 수학의 ‘정답’보다 더 중요한,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수학, 정말 필요한가요?
수학, 정말 필요한가요?

1.수학은 계산의 학문일까?


– ‘계산’에서 ‘개념’으로, ‘정답’에서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공식 외우기와 계산 연습으로 기억합니다. 실제로 학교 수학 교육이 문제 풀이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AI는 이제 단순 계산을 넘어서 고등 수준의 수학 문제까지 빠르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수학은 본래 사고의 언어입니다. ‘왜 이 공식을 쓰는가?’, ‘이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단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분석하고 구조화하고 일반화하는 힘, 그것이 수학이 진정으로 길러주는 능력입니다.

실제로 수학자 폴 할모스는 “수학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더 잘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AI가 정답을 줄 수 있어도,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2.AI 시대, 수학이 필요한 이유


– '도구로서의 수학'에서 '언어로서의 수학'으로

AI와 빅데이터, 알고리즘, 머신러닝… 이 모든 기술의 핵심은 수학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학생들은 이런 기술을 쓰면서도 그 배경에 있는 수학을 이해하지 못한 채 소비자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추천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률과 통계가 어떤 방식으로 편향된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수학적 사고가 필수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기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는 힘, 즉 디지털 시민의 기본 역량입니다.

또한, 수학은 프로그래밍 언어와도 유사합니다. 변수, 함수, 반복문, 조건문 등 코딩의 기본 개념들은 대부분 수학적 논리에 기반하고 있으며, 컴퓨터 사고력은 수학적 사고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AI를 단지 ‘사용’하는 사람과, AI를 ‘설계’하거나 ‘이해’하는 사람을 가르는 것은 수학적 기반입니다.

 

3.수학이 어려운 이유는 수학 때문이 아니다


– 수학 불안의 본질은 경험의 방식에 있다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거나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이는 수학 자체의 난이도 때문이라기보다는, 수학을 배우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를 외우고, 답만 찾는 수업은 ‘수학은 재미없고 괴로운 과목’이라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AI 시대에는 오히려 수학 교육이 자유롭게 탐구하고, 실생활 문제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며, 자신의 논리를 말로 표현해보는 경험 중심의 학습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날씨 데이터를 분석해 기후 변화의 추세를 예측한다든지, 게임 속 알고리즘을 수학적으로 분석해보는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 수학이 ‘살아 있는 언어’로 다가가게 합니다.

이러한 맥락 중심의 수학 교육은 단순히 점수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됩니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수학을 다시 소개해주어야 할 때입니다 — ‘틀릴 수도 있는 실험’,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질문’, ‘함께 풀어갈 수 있는 문제’로서 말이죠.

 

4.수학 교육의 새로운 방향


– 융합, 맥락, 서사로 다시 짜는 수학

그렇다면 AI 시대에 필요한 수학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다음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1) 융합형 수학 교육:
수학을 독립된 과목이 아니라 과학, 기술, 예술, 사회와 융합된 형태로 학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학+음악’에서는 리듬과 주파수를, ‘수학+사회’에서는 여론조사와 통계 왜곡 사례를, ‘수학+미디어’에서는 영상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함께 탐색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학생들에게 수학을 ‘현실을 이해하는 언어’로 인식하게 해줍니다.

2) 맥락 기반 문제 해결 학습:
단편적 문제풀이를 넘어, 실제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석하고 해결해보는 활동 중심 학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평수 계산하기', '내가 만드는 스마트폰 요금제 분석하기' 같은 주제는 수학의 현실 적용력을 체감하게 해줍니다.

3) 서사적 수학 교육:
수학은 인간의 창의적 탐구 과정으로서, ‘이론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수학자의 고민과 실수’를 함께 이야기로 담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단지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가 어떤 고민 속에서 이 정리를 발견했는지를 아는 순간, 수학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사고 흔적이 담긴 지식으로 다가옵니다.

 

 

 수학은 인간의 ‘생각’을 훈련하는 언어다
“수학, 정말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은 우리가 수학을 ‘성적을 위한 과목’으로만 이해해왔음을 반증합니다. 그러나 AI 시대일수록, 인간은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정교하게 분석하며, 더 넓게 연결하는 사고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수학이 하는 일입니다.

수학은 더 이상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과목’이 아닙니다. 이제는 AI와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언어, 그리고 현실을 바라보는 프레임으로서 다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수학을 통해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그것은 AI 시대에도 절대 대체될 수 없는 인간의 역량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