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숙제는 무조건 해야 한다’는 명제가 정말 정답일까요?
숙제를 하느라 울고,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아이를 보면서,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정말 용기 내어 “이번 주 숙제는 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해봤습니다. 학교 숙제를 거절해봤더니 생긴 놀라운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1.숙제를 거부하는 것, 단순한 반항이 아닌 ‘실험’이었다
숙제는 오랜 시간 동안 학습의 연장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부모인 제 눈에는 숙제가 학습 효과를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아이의 스트레스와 반감만 키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건 왜 해야 해?”
“하기 싫어.”
“몰라. 그냥 적을게.”
초등학교 3학년이던 우리 아이는 숙제를 대할 때마다 의욕이 아니라 무기력과 불만으로 가득 찼습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배움’이 아닌 ‘처리’로 숙제를 대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실험은 이렇습니다.
실험 조건
학교 숙제를 일주일간 거절 (공부 자체를 멈춘 것이 아님)
그 시간에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학습 활동이나 탐구를 하게 함
숙제 결과에 대해 담임 선생님께 미리 설명하고 양해를 구함
아이와 함께 숙제의 필요성, 목적, 느낌에 대해 기록
처음엔 ‘괜찮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 결단이 아이를 대하는 나의 태도부터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2.숙제 대신 선택한 것들 – 아이의 ‘배움의 취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숙제를 하지 않기로 했던 첫날, 아이는 의외로 당황했습니다.
“진짜 안 해도 돼? 혼나는 거 아니야?”
“오늘 그럼 뭐 하지…?”
이 질문에서 알 수 있었던 건,
숙제가 공부의 목적이 아니라 ‘지적 받지 않기 위한 방패’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학교 숙제를 하지 않는 대신, 네가 오늘 하고 싶은 공부는 뭐야?”
“수학 문제 말고… 지도 그리고 싶어. 세계 지도!”
그날 아이는 두 시간 동안, 세계지도를 그리고
나라 이름을 찾아 적고, 그 나라에 가면 뭘 먹고 싶은지까지 써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영어 유튜브를 찾아보며 직접 발음을 따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숙제가 사라지자, 아이가 좋아하는 배움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의 배움
아이는 ‘의무’보다 ‘선택’ 속에서 더 깊이 몰입한다
공부는 꼭 문제집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진짜 공부는 “왜?”와 “어떻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3.담임 선생님의 반응과 교실에서의 피드백
물론 걱정도 있었습니다. 숙제를 내지 않았을 때
교실에서 아이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진 않을지.
그래서 실험 첫 주가 시작되기 전, 담임 선생님께 직접 연락을 드렸습니다.
상황을 설명하며, “일주일간 아이의 학습 자율성과 동기 관찰을 위해 숙제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의외로 선생님은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아이마다 학습 동기 방식이 다르니까요. 피드백 드릴게요.”
그리고 일주일 후, 담임 선생님이 전한 말은 이랬습니다.
“숙제를 안 했지만, 수업 참여는 훨씬 적극적이었어요.”
“오히려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횟수가 늘었고, 학습 태도도 밝아졌습니다.”
즉, 숙제를 안 한 것이 공부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자율적 학습으로 전환된 신호라는 것을 교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다음 주부터 일부 숙제를 스스로 선택해 하되,
‘필수’가 아닌 ‘활동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4.숙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면, 아이의 공부법도 바뀐다
우리가 흔히 믿는 ‘숙제를 해야 성실하다’, ‘숙제를 해야 학습이 완성된다’는 공식은
사실 산업화 교육 시스템에 최적화된 방식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육은 스스로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이 실험을 통해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아이의 동기를 바꾸는 것은 부모의 믿음이다
숙제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배움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숙제를 하지 않기로 한 순간부터 진짜 배움이 시작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 공부의 중심은 문제집이 아니라 '관심'이다
아이에게 “오늘 뭐가 제일 궁금했어?”라고 묻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자기가 무엇을 알고 싶고, 왜 배우는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건 단순한 숙제 10문제를 푸는 것보다 훨씬 값진 훈련이었습니다.
✔ 숙제는 선택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숙제가 학습의 도구가 아니라 목표가 될 때,
아이의 학습 태도는 수동적으로 바뀝니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줄 때, 아이는 숙제 속에서도 자신만의 의미를 찾게 됩니다.
‘숙제를 거절한 용기’가 아이의 배움을 살렸다
이 실험은 단순히 숙제를 안 시킨 것이 아닙니다.
'공부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내려놓는 시도였고,
아이의 내면에서 진짜 배우고 싶은 힘을 끌어내기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그 결과, 아이는 더 많이 말하고, 질문하고, 시도하고,
무엇보다 ‘공부는 나를 위한 것’이라는 감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숙제를 거절한 그 일주일은,
단지 학교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내 아이의 배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부모님 중
‘우리 아이는 너무 숙제를 싫어해요’라고 고민 중이라면,
한 번쯤 숙제를 거절해보는 실험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 거절이 아이에게
단순한 자유가 아니라,
배움의 자율성과 자존감을 키우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