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학생의 성장을 가늠하는 하나의 지표이지만, 그것이 전부일까요?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오히려 ‘성적 너머의 것들’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현직 교사 5인에게 직접 들은 성적보다 중요한 것들을 통해 우리 아이 교육의 진짜 우선순위를 다시 고민해봅니다.
1.스스로의 가치를 믿는 아이 – 자존감이 성적을 이긴다
첫 번째로 만난 초등학교 6학년 담임 교사 이혜진 선생님은
학년 말이 되면 유난히 많은 학부모들이 성적 상담을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성적보다 먼저 확인하는 건 바로 아이의 자존감이라고 했습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어요. 문제는 아이가 자기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는가예요.”
이혜진 교사는 자신의 실수나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하는 아이들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뛰어난 학습 성취를 이뤄낸다고 강조합니다.
교사의 실제 사례
한 남학생은 수학 성적이 늘 하위권이었지만,
자신이 노력하고 있는 과정을 “잘하고 있어”라고 인정받으며 점차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습니다.
1년 뒤엔 반 평균을 넘는 점수를 받았고, 무엇보다 “내가 해낼 수 있다”는 자기 신뢰가 생겼습니다.
“성적은 숫자지만, 자존감은 아이의 뿌리예요.
뿌리가 건강해야 꽃도 피죠.”
2.협력하는 힘, 그게 결국 세상을 이끄는 능력이에요
두 번째 인터뷰는 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윤석훈 교사입니다.
윤 교사는 성적보다 협력하는 태도, 즉 사회적 기술이 더 중요한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AI와 협업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사람과 협업도 못 하면 AI 활용도 힘들어요.”
그는 교실에서 유독 혼자 공부는 잘하지만, 협동 활동에서 늘 불평하는 아이들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성적은 높지만, 프로젝트 수업이나 조별 활동에서 타인의 의견을 듣지 못하거나, 갈등을 피하려 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사회성 부족은
고등학교, 대학, 취업 과정에서 더 큰 벽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교사의 팁
성적보다 “함께할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하라
집에서도 “협력 태도”를 키우는 놀이와 활동 (보드게임, 공동 미션 등)을 자주 하라
혼자 해내는 것도 좋지만, 함께 했을 때 더 성장한다는 경험을 어릴 때부터 심어줘야 한다
3.감정 조절력은 시험보다 평생 간다
세 번째는 고등학교 2학년 생활지도부에 있는 최현진 교사입니다.
수많은 상담과 징계, 위기 청소년을 만나온 그는
감정 조절 능력이 성적보다 훨씬 중요한 성장 기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문제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 때 터집니다.
관계도, 학업도, 진로도 결국 감정이 무너지면 다 흔들려요.”
최 교사는 공부 스트레스보다 ‘분노’, ‘좌절’,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 같은 감정에 압도당한 학생들이
무기력해지고, 시험을 망치고, 자해나 거짓말로 연결되는 과정을 수도 없이 보아 왔습니다.
실제 사례
한 여학생은 국영수는 항상 1~2등급이었지만,
“한 문제 틀렸다고 멘탈이 무너지는” 심리적 불안정 상태였습니다.
내신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잠을 못 자고, 친구와의 갈등을 피하지 못해 외톨이가 되기도 했죠.
그런데 담임과의 감정 일기 쓰기, 정서 대화 훈련을 통해
점점 시험 전날도 스스로를 안정시키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교사의 제안
아이가 감정을 드러낼 때 ‘해결’보다 ‘경청’을 먼저 하라
“왜 울어?”가 아니라 “슬펐겠다”
감정도 연습해야 할 ‘기술’이며, 지능만큼 훈련이 필요한 영역임을 인정하라
4.자기주도력은 성적보다 늦게 오지만, 절대 무너지지 않아요
마지막 두 분은 초등 교사 김연우, 그리고 고교 교사 한지우입니다.
공통적으로 강조한 개념은 바로 자기주도 학습력이었습니다.
김 교사는 초등 시기부터 학원이나 부모의 강요로 공부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중등 이후 스스로 학습을 설계하지 못하는 패턴에 갇히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매번 누가 시켜야만 공부하는 아이는 절대 오래 못 가요.
자기가 '왜 이걸 공부하는지'를 아는 아이는 천천히 올라가도 끝까지 갑니다.”
고등학교의 한지우 교사도 비슷한 말을 전했습니다.
입시에서 성공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결국 성적표보다 공부 태도라고 강조하며
“자기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 전략을 스스로 찾는 힘”을 진짜 공부 실력이라 표현했습니다.
두 교사의 제안
학습 계획은 ‘시켜서’가 아니라 ‘함께 짜고, 아이가 결정하도록’
결과 피드백보다는 계획 점검 피드백:
“오늘 계획 중에서 어떤 부분이 잘 됐어?”
자기주도력은 실패 경험과 피드백의 반복으로 성장한다
성적보다 중요한 것들은 결국 성적을 이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교사들은 성적보다 더 깊은 것을 보고 있고, 그게 오히려 성적을 견인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자존감, 협력력, 감정조절, 자기주도성…
이 네 가지는 단기간에 결과를 내지 않지만,
아이를 흔들림 없는 학습자로 키우는 근본 역량입니다.
그리고 이 역량들은,
결국 우리 아이가 “자기 삶을 스스로 이끌어가는 어른”이 되는 길로 이어져 있습니다.